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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 평범해서 특별한 ‘배심원들’, ‘법알못’ 8人의 유쾌한 법정 소동극

2019. 05.15. 09:38:46

[더셀럽 안예랑 기자]“피고인이 유죄일 가능성 반, 무죄일 가능성 반일 때 피고인은 유죄입니까? 무죄입니까?”

법정 드라마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법과 정의의 여신이다. 한 손에는 저울을, 한 손에는 칼 또는 법전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은 두 눈을 천으로 가리고 있다. 판단이나 상황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게 죄를 따지겠다는 의미다. 그리고 법과 정의의 여신을 닮은 8명의 사람이 있다.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8인은 법정에 있는 그 누구보다 법과 정의의 원칙에 가까이 서있다. 그래서 신선하고, 그 과정은 유쾌하다.

‘배심원들’은 2008년 처음으로 시행된 국민 참여 재판, 그 첫 번째 배심원들로 선정된 평범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상식과 기준으로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법정극이다.

노모를 죽인 한 남자가 재판을 받는다. 남자는 이미 자신이 우발적으로 노모를 죽였다고 자백했다. 증거와 증인, 부검의의 진술이 모두 남자를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민국 법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참여재판이 열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다.

역사적인 첫 국민참여재판이지만 법조계 사람들은 배심원들의 결정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증거도 확실하고 자백까지 한 마당에 남은 것은 단지 피고인의 형량을 정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긴장한 티가 역력한 배심원들의 앞에서 갑작스럽게 피고인이 자백을 번복하고 배심원들이 돌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재판장은 일대의 혼란에 휩싸인다.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늦었다. 배심원들의 사명감과 책임감 혹은 우유부단함은 김준겸이 원하든 대로 일이 풀리게 두지 않는다.

재판장을 좌충우돌 대혼란 상황으로 만든 중심에는 8명의 배심원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싫어요!”라는 말 한마디로 배심원들의 유죄 판결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은 8번 배심원 권남우(박형식)가 있다. 모든 사람이 검사들이 전해준 증거를 보고 피고인의 죄를 유죄라고 판단할 때 권남우만은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권남우의 ‘삻다’는 말 한마디로 합리적 의심이 시작되고 죄 입증 과정이 반복된다. 권남우의 주장에 휘말리기 시작하는 배심원들은 좁은 배심원실 안에서 저마다의 생각으로 피고인의 죄를 다시 판단한다.


마치 한 편의 유쾌한 소동극을 보는 것 같다. 배심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이 주는 정적인 분위기와는 반대로 인물들은 빠른 속도로 대화를 주고 받는다. 배심원 8명의 ‘티키타카’가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내며 전개에 속도감을 준다. 배심원들은 점차 권남우의 설득에 휘말려 재판장에서 엉뚱한 제안을 하고 그 제안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지며 웃음을 자아낸다. 이와 함께 배심원들과 김준겸이 법원 밖으로 나갈 때마다 펼쳐지는 작은 소란들이 유쾌함과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공간의 제약이 주는 약점을 해소한다.

무엇보다 검사와 변호사, 판사가 아닌 대학생, 요양보호사, 무명배우, 주부, 대기업 비서, 취준생, 사업가로 구성된 ‘법알못’ 8인의 법정 다툼은 신선함을 불어 넣는다. 8명의 배심원이 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내놓는 의견들은 전문적이지도 어렵지도 않다. 그저 ‘아닌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결정을 보류하는 배심원들의 모습은 자칫 우유부단하게 비춰질 수 있으나 그들이 법조인이 아닌 평범한 국민이라는 점이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평범한 이들이 제시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의심들은 몰입도를 높여 영화를 보는 이들의 판단마저 흔들어놓을지도 모른다.

모든 증거가 피고인을 가리키고 있지만 배심원들은 쉽게 죄를 판단하지 않는다. 의심을 하고 자신들의 판결이 가져올 무게감, 책임감을 느낀다. 법에서 가장 먼 이들이 하는 법과 가장 가까운 선택, 그리고 감성이 이성을 이기는 순간의 카타르시스가 작품의 대미를 장식한다.

아울러 박형식의 첫 상업영화 도전도 눈여겨볼만 한다. 박형식은 권남우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며 자칫 답답할 수 있는 권남우의 고집이 확고한 신념으로 비춰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권남우의 순수한 매력을 극에 녹여낸다. 이와 함께 능숙한 연기로 극을 빈틈없이 끌고 나가는 베테랑 배우들의 유쾌한 케미스트리도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유무죄를 판단하는 펜을 손에 쥐고 스스로 눈을 감은 배심원들의 착하고 유쾌한 법정극 ‘배심원들’은 오늘(15일) 개봉했다.

[안예랑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배심원들'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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